고등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대학
[시평]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 힘이 과반 획득에 실패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동안 집권 여당이 야당보다 의석 수가 적은 여소야대의 분점정부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여소야대 국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역대급은 없었다. 아울러 5년 임기의 반환점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10%대를 기록하면서 정부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닌 지경에 이르렀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떨어지면 대통령 임기 후반기 정책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고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저항은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상황에서 국민은 불안에 떨기 시작하였고, 백가쟁명(百家爭鳴)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하였다. 대통령이 말하고 기자들이 묻고 또 대통령이 답하는 형식이었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경제 얘기를 많이 하였고 미국의 정치 변화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면서 우리 경제 피해 최소화를 위한 리스크관리에 정부가 매진하고 있다는 점도 몇 번 강조했다. 그런데 대통령 대국민 담화 이후 국민의 반응은 생각보다 미지근하다. 미지근하지 못해 차디차다.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공정과 상식을 걸고 대차게 시작했던 정부가 이 정도로 쪼그라들고 있는 모습을 보는 국민도 안타깝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통령이 공들였던 대국민 담화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는 데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결국 소통의 문제로 귀결된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소통은 대통령이 먼저 보통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또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만들어진다. 진정한 소통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문제를 더 많이 언급하고 공감하는 의도적인 노력 가운데 가능하다는 말이다. 외교와 경제가 잘 돌아가서 국가가 돈을 많이 벌었다면, 정부가 각고의 노력을 통해 어려운 규제를 풀었다면 그 결과 국민의 삶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에 대해 언급하고 공감하였어야 한다. 인사 문제, 여사 문제 등에 대해서도 국민이 원하는 수준에서 구체적인 언급과 상황 설명이 필요했으나 그러하지 못했다.
지난 11월 11일 국민의 힘·윤석열 정부 합동 전반기 국정 성과 보고 및 향후 과제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정부의 국정 성과를, 소통을 통해 체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이구동성이 있었다. 의료 개혁을 제외하고 연금, 노동, 교육 개혁에 대한 국민 만족도가 완만한 상승 국면에 들어왔다는 긍정적인 보고가 있었다. 이목을 집중시킨 부분은 국정운영 방식의 대전환과 자율·책임·소통의 정부 과제가 윤석열 정부 전반기 내내 만년 하위 과제로 평가되었다는 점이다. 각고의 정책 소통이 필요하다는 통렬한 자기반성의 보고도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를 떠나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겨 ‘용산시대’를 연 이유도 소통을 위함이었다. 소통은 나와 다른 사람 간에 이질감과 괴리가 없는 상태에서 가능하다. 대통령이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려면 국민의 욕구와 감정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여기는 일심동체와 같은 상태에 들어가야 한다. 이와 같은 상태를 우리의 선대 유학자들은 인(仁)이 풍부한 사회, 인(仁)이 확충된 사회로 봤다. 인(仁)이 기본이 되는 사회를 지향했던 우리의 선대 유학자들은 인(仁)이야말로 나와 타자를 모두 살리려는 힘이고 인(仁)의 본성이 인간 공동체에서 구현되는 모든 공적 가치의 존재론적 근거라고 믿었다. 여기서 공인(公人)의 역할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공인(公人)인 대통령이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려면 나에게만 해당하는 사적 욕심을 개입시키지 않아야 하며 그럴 때 비로소 인(仁)의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국정 위기 해법이 난무하고 있다. 대통령다움을 보고 싶다는 이도 있고, 내각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이도 있다. 이렇게 많은 해법이 쏟아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시점에서 대통령이 사심 없는 인(仁)의 마음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점정부 상황에 직면한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은 소통력을 높이는 활동에 집중되어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인재를 넓게 쓰는 포용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조경호 국민대·행정학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인사행정학회장과 서울행정학회장을 역임했다. 고려대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주립대(ALBANY)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미국 조지아대(Athens)에서 조직/인사행정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양성과 공정성 중심으로 조직 간 협력과 리더십, 지역인재 채용, 가족친화 인사정책, 공무원 단체활동 분야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저서로 『공공가치 창출을 위한 현대조직론』(공저), 『인사행정과 정책』(공저) 등이 있다.
국민대학교의 아카데미즘은 '최고 수준의 학술연찬', '최고 권위의 진리탐구'라는 목표와 함께 ‘최고 교육의 보편화'라는 점에 역점을 두었다. 즉 국민대학교의 아카데미즘은 아카데미즘은 '최고 수준의 학술연찬', '최고 권위의 진리탐구'라는 목표와 함께 ‘최고 교육의 보편화'라는 점에 역점을 두었다. 즉 국민대학교의 아카데미즘은 학술의 심오한 연구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라, ‘최고 교육의 보편화'를 통해 건전한 정신과 이상을 배양시키고자 한 것이다. 국민대학교가 야간대학으로 출발한 것은, '생활상 사정의 소치로 주간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허다(許多)한 구학(求學)의 청년에게 최고 학술을 연구하는 기회를 주어 최고 교육의 보편화를 추구'하는데 있었다. 이 점에서도 국민대학교는 '국민의 대학'이자 '민족의 대학'인 것이다.